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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소름끼치게 만들었던 사촌오빠 친구 07
존무대디는 고양이를 두마리 기름.
검은 고양이 두 마리일 줄 알았는데, 둘 다 약간 동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누런 고양이라고 함...
진짜 검은 고양이 아니냐고 그러니까 "내가 그렇게 무섭냐?" 라며 핀잔 줌.
미안햇음... 그런 뜻 아니엿는데... 근데 무서운 건 사실임... ㅋㅋㅋㅋㅋ
고양이를 좋아하냐고 물어봤더니, 그냥 대체로 동물을 좋아한다고 함.
그래서 왜 강아지는 안 키우냐고 물어봤더니,
키우고는 싶은데 사소한거만 나타나도 짖어서 자기 사는데에선 못 기르겠다고 함.
반면에 고양이는 뭐가 나타나도 대체로 태도가 이렇다고 함:
뭐 어쩔, 니가 내 밥줄 잡고 있는 사람도 아닌데.
그런데 사실 못 키운다는 이유에는 함축적인 뜻이 담겨 있었음.
존무대디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쯤인가, 좀 먼 옛날의 얘기라고 함.
그 때 당시 존무대디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는 관계로, 친할머니/할부지 댁에 내려가서 반년정도 생활했다 함. 그리고 그 집은 아파트가 아닌, 작은 규모의 전원 주택에 가까웠다고 함.
존무대디는 어린 마음에 부모님이 자기를 버린 것 아닐까...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생활하기 시작했음. 존무대디는 그래서 그 집이 위치한 시골 동네 이곳 저곳 탐방하면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음. 집 뒷쪽의 언덕을 올라가다 보면 굴곡이 많고 소나무가 유난히 많은 작은 숲이 존재했는데, 존무대디는 시원한 바람이 부는 그 곳을 유난히 좋아했다고 함.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곳에 가는게 싫어지게 되었음.
시골동네를 가신 분은 잘 알겠지만, 저런 숲이라던지, 뒷산이라던지, 주위 나무가 많은 곳에는 오솔길 주변에 무덤이 상당히 많음. 그 동네에는 유난히 주인도 없어 보이는, 무덤인지도 모르겠을 정도로 풀로 뒤덮인 무덤이 많았다고 함. 심지어 비석까지 부식돼서 정말 초췌한 모습이였음.
가끔 저녁에 언덕을 오르면 시대와 동떨어지는 한복을 입은 할아버지가 뒷짐을 지고 존무대디 옆을 스쳐 지나가는 일도 종종 있었다고 했음. 계속해서. 같은 방향으로.
존무대디는 그런 할아버지나 사람들보다는 정말 음침한 아줌마가 있었는데,
그 아줌마를 정말 싫어햇다고 함.
가끔마다 숲을 돌아다닐때면, 혼자 무덤에 앉아서 잡초 정리를 하고 있는 아줌마가 계셨다고 함.
꼬질꼬질한 복장에, 하나로 묶었지만 많이 헝크러진 머리.
그리고 일 하는 데에 불편해 보이는, 등에 두른 아기 포대기... 다행인건 존무대디가 지나가던 말던 자기 할 일만 열심히 하곤했는데, 존무대디는 그 아줌마가 어쨌거나 저쨌거나 싫었음.
그러던 중 어느 날,
존무대디의 심심해서 미치기 일보직전인 마음을 눈치 챈건가,
할아버지가 읍내에 나가시더니 웬 똥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오셨다 하심.
존무대디도 어렸을 때는 어린애였나 봄 ㅋㅋ
털이 노릿노릿해서 누룽지로 부를까 하다가 밥 먹는데 기분이 이상해서 [누룽]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함.
누룽이가 자신에게 익숙해진지 어느덧 일주일.
존무대디는 완전히 친해진 누룽이와 함께 동네를 돌아야겠다고 생각함.
둘은 한참 농경지를 돌다가, 시원한 언덕을 오르게 되었음.
그 날 도 웬 할아버지가, 존무대디가 가는 방향 반대 방향으로 걸어오고 계심.
그런데 이게 웬일?
누룽이를 본 할아버지는, 그 날 처음으로 갑자기 멈춰서서 존무대디를 가만히 노려보더니 뒤로 돌아서 더 빠른 걸음으로 다다다다닥 하고 가버리셨다고 함. 막상 누룽이는 개의 않아했는데 말임.
그리고 얼마나 올라갔을까, 존무대디가 돌아가야지...라고 생각한 순간 누룽이가 어딘가에 미친듯이 짖어대기 시작했음.
존무대디가 누룽이가 짖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에는, 무덤에서 풀을 하염없이 뽑던 그 아줌마가, 소나무 뒤에서 고개만 빼꼼 내밀고 그 둘을 바라보고 있었음.
그러더니 누룽이를 보더니, 검지 손가락으로 [쉿-!]이라는 제스쳐를 취했다고 함.
순간 기분이 나빠진 존무대디는 누룽이를 안아들고 허겁지겁 집으로 내려왔음. 내려오는 도중에도 누룽이는 존무대디 품에서 버둥거리며 뒤를 보면서 미친 듯이 짖어댔다고 함.
집에 돌아왔을 때 누룽이는 뭔일 있었음? 이라고 말하기라도 하는 듯이 또 하염없이 순해졌음. 별거 아니겠지, 라고 생각한 존무대디는 여느때처럼 밥을 먹고, 씻고,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음.
그리고 자다가 굵어지는 빗소리에 얼핏 잠이 깬 존무대디는, 악-소리도 못내고 침대에서 굳어 버림.
눈을 떴을 때 시야에 들어온 건-
천장에 팔과 다리를 딱 붙이고 자신을 노려보는 산속의 그 아줌마였음.
그 아줌마는 마치 시계의 초침처럼 고개를 좌우로 왔다갔다거리면서 존무대디에게 계속 이렇게 말햇음
[너 때문에 아기가 깼다]
[너 때문에 아기가 깼다]
[너 때문에 아기가 깼다]
[너 때문에 아기가 깼다]
고개는 왔다갔다 거리면서 눈은 존무대디에게 딱 맞추고 그렇게 5년 같았던 몇 분동안 그러다가 사라졌음.
다음날 존무대디는 학교를 가서도 집중도 못하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허겁지겁 돌아와서 누룽이가 무사한 것을 확인했음. 그런데 누룽이 개집에 웬 꼬맹이 여자애가 엎드려서 존무대디를 쳐다보고 있었음.
그러더니 이렇게 말함:
"너 때문에 아줌마 화 났다...히히히히"
존무대디는 그 길로 혼날 걸 알지만 누룽이를 들쳐없고 자기 방으로 튀어 들어갔다고 함.
그리고는 이불을 덮어쓰고 누룽이와 꼭꼭 숨는답시고 숨었음.
밭을매고 돌아오신 할머니, 할아버지는 존무대디를 겨우 진정시키고
결국 누룽이를 집안으로 들이는 걸 허락 하실 수 밖에 없었음.
존무대디의 얘기를 들어신 할아버지는, 집안에 있던 떡, 술, 밥, 먹을 것을 바리바리 챙기시고 존무대디와 누룽이를 데리고 문제의 언덕을 올라 가셨다고 함. 그리고는 걷는 족족 무덤이 보일 때마다, 챙겨오신 먹을 것과 술을 던지시며, 종종 "여보게들, 우리 새 식구 좀 잘 봐주시게"라며 알 수 없는 말로 흥얼 대셨다고 함.
그리고 산 정상에 올라, 무덤풀을 메던 아줌마가 서 있던 그 큰 소나무 주변에도 술을 뿌리시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하셨음:
"아기가 울면 이것만큼 좋은 게 없지. " 하시며
들고 왔던 음식중에 약과를 살며시 내려 놓으셨다고 함.
그 때문이었을까, 그 후에 존무대디가 누룽이를 데리고 산 속에 올라도 그 아줌마는 보이지 않았다고 했음. 그리고 존무대디 곁을 맴돌며 돌아다니던 할아버지도 더 이상 계속해서 나타나 존무대디의 동태를 살피는 듯한 짓은 그만 두셨다고 하심.
하여튼, 일은 일단락 됏지만 누룽이 이후 존무대디는 개를 못 키우게 됐다고 함.
그 이후에도 누룽이가 조금이라도 짖어댔던 날이면, 무언가가 나타나서 존무대디에게
"보이지? 보이지? 보이지? 보이지? 보이지?" 라며 괴롭혀댔다고 했음.
그래도 이 사람 동물 진짜 참 좋아함...
지나가다가 동네 개만 보면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다고 함.
자기같은 사람들에게는 특히 그런것들이 더 많이 꼬이기 때문에
자기가 강아지를 키우면 강아지도 불행해질 것이라고...
[출처] 네이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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