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21 - [이야기 스크랩/무서운이야기] - 나를 소름끼치게 만들었던 사촌오빠 친구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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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소름끼치게 만들었던 사촌오빠 친구 08
존무대디가 [니들 얘기나 써 니들 얘기나] 라네요.
아무래도 한 편 정도는 말을 들어야겠죠 =_=?..
그래서, 추석도 다가오는데 어렸을 때에 추석에 대한 기억에 대해서 짧고 굵게 쓰기로 함! (짜잔).
제가 이런 말 해도 웃기겠지만.. 전 태어나서 가위를 눌려본 적이 한 번도 없음.
전 편에 등장한 호치키스 보이를 가위라고 하면 가위겠지만 그 외에는 전혀 없음.
다만, 가위랑은 다른 기억은 있음.
친가 쪽이 아직 경주에 거주하고 계실 적의 무렵임.
나는 외가 쪽으로는 막내이지만, 친가 쪽으로는 남자 사촌과 함께 제일 큰언니/큰오빠임.
추석때문에 친가쪽 가족이 다 모였을 때의 일임.
전에도 말했다시피, 외가쪽은 옹기종기 다 모여 살아서 외가 쪽과 함께 지내다가 경주로 내려가 친가와 같이 지낼 수 있는 장 점이 있음.
친가 쪽은 경주라고 하지만, 아파트가 옹기종기 들어선 곳과는 거리가 멀었음.
논이 즐비한 진흙길을 따라 좀 더 들어가면 나오는, 아직도 동네 전체 집들이 옛날 기왓집/초갓집 그대로의 형태를 유지한 그런 마을이였음. 사촌동생 2명과 나, 그리고 나랑 나이가 같은 사촌남은 워낙 철도 없었고 동네에는 같은 또래 애들도 없었던지라, 그 오래된 집에서 걸으면 10분 거리에 있는 큰 둔덕에서 비료포대 썰매를 즐겼음.
참 철이 없었기 없었나 보옴.
그건 둔덕이 아니였음.
무덤이었다고 함.
경주에는 한국의 유물들과 함께 옛 왕족들의 무덤이 즐비해 있는데, 잊혀진 무덤들도 참 많다는 사실을 몰랐음.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친가댁에서 애들 걸어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던 것임.
집에서 떠나 작은 논길을 따라 어느정도 걸어가서 작은 숲길을 따라 들어가면, 풀만 무성하게 자란 그 곳에 그 왕릉이 혼자 쓸쓸히 있었음.
그런데 세상에 애들 눈에 그게 어떻게 무덤으로 보였겠음.
그 때 작자는 겨우 초등학교 4학년이였을 뿐임. (남들보다 좀 둔하기도 했음;)
가뜩이나 관리 하나 하는 사람들도 없었는데, 앞에 묘비도 아닌 것이 돌램프<?>같이 생긴 건 그냥 희한하게 생긴 돌 내지는 장식이였고, 그건 그냥 우리들의 썰매 타는 장소였을 뿐임.
어른들이 툇마루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에, 당시 고시생이였던 삼촌의 방에 알아 듣지도 못하는 책을 뒤척이다 심심함에 지친 우리는, 곧 어두워지는데 나가지 말라는 어른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비료포대 한 장 씩을 들고 풀 썰매를 타러 나감.
얼마동안 신나게 오르고 내려오고를 반복했을까, 드디어 해는 져서 시퍼런 어둠이 몰려올 때 더 놀고 싶다는 동생들을 끌고 사촌남과 나는 집으로 돌아가려 발길을 돌렸음.
그런데 이게 웬일.
3분도 걷지 않아 끝이 나와야 할 숲길이 아무리 걸어도 끝나지 않는 것이었음... 날은 점점 어두워지는데, 희미하게 끝이 보이는 숲길은 아무리 걸어도 걸어도 끝이 나질 않았음. 사촌동생들은 슬슬 다리가 아프다며 칭얼대기 시작하는데, 사촌남과 나는 뭔가 잘못됐다 라는 기분이 슬슬 들기 시작함.
얼마나 지났을까, 여자 사촌동생이 내 손ㅇ르 꼭 잡더니 갑자기 이렇게 말을 함..
"언니 아까 여기 지나간 데다..."
사촌남과 나는 흠칫했지만, 애들이 놀래서 울기라도 하면 더 골치 아파질 것 같아서 사촌남은 암말도 안하고 나는
"에이, 아냐. 어두운데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ㅎㅎ"라고 달래주었음.
그런데 내 옷자락을 잡고 분명히 사촌동생은 이렇게 웅얼거림.
"아까 저기 서 있는 아줌마 분명히 지나쳤었단 말야..."
쉣.
그 말에 사촌남과 나는 계속 발길을 재촉하다 우뚝 서버림.
동생이 말하는 "저기"를 보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용기따윈 없었음.
그런데 더 어린 다른 사촌동생이, 잘 됐다며 길을 물어보자고 보채기 시작했음.
아무말도 못하는 나와 달리, 사촌남은 침착하게 "어디 계시는데?"라고 최대한 안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 봄.
그러자 애가 이렇게 대답함
"모르겠어... 갑자기 안 보이셔..."
쉣. 그 말에 나는 찔끔 눈물을 보이고 말았음.
그런데 사촌동생의 손을 꽉 잡고 이상한 기분에 뒤를 돌아보니까, 웬 아줌마가 서 계셨음 =_=
그러나.
난 다른 것 보다 어두운게 지긋지긋하도록 싫은 아이였음.
그래서 진짜 동네 아줌마같이 선하게 생기신 분이 계시길래, 나는 괜시리 긴장이 풀려서 눈물이 쪼꼼쪼꼼씩 기어나오게 됨. 이상한게 아니였구나, 싶어서...
"아줌마 저희가 길을 잃어버린것 같아요"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더니, 아줌마는 어깨를 다독여 주시더니 이렇게 말씀해 주심
"애들이 어두운데 여기서 놀면 안되지. 아줌마가 길을 아니까 따라오렴. "
그래서 나는 사촌남과 사촌동생들을 양손에 잡고 아줌마를 쫄래쫄래 따라가게 됨.
내 눈에는 구세주나 다름없어 보였음.
사촌남 역시 겁에 질렸는지 아무 말 없이 땅을 빤히 쳐다보며 걷기 시작했고, 말은 안해도 역시 겁에 질렸었다가 긴장이 풀렸는지 동생들도 훌쩍훌쩍 울기 시작함.
얼마나 걸었을까.
나의 구세주는 우리를 숲 입구까지 바래다 주심.
어둠을 빠져나오는 우리는 살았다!!라는 기분으로 한숨을 푹푹 내쉬게 됨.
"자, 이제 절대로 여기서 따로 놀면 안된다. 알겠지?" 라며 아줌마는 다독여 주심.
너무 감사한 마음에 "네, 감사합니다 ㅜ.ㅜ" 라고 연신 굽신거림.
그리고 저 멀리에서 우리를 찾는 가족들의 목소리가 들려옴.
"아줌마도 애들이 기다리니까 가봐야겠다. 여기선 혼자들 갈 수 있지?" 라며 아줌마는 다른 방향으로 발길을 돌리셨음.
당연히 우리는 어른들에게 발견 되었을 때 작살나게 혼이 나고 -_-
땀에 범벅이 된 바람에 아닌 밤중에 목욕을 하고 너무 지쳐서 잠이 들게 됨.
아니, 잠이 들 뻔 했음.
집안에 "애들방"으로 마련된 작은 아랫방에 들어가서 이불에 폭 들어갔는데, 동생들은 물론 먼저 골아 떨어져 있었음. 근데... 깨어있던 사촌남이 더듬더듬 이렇게 물어 봄
"도대체 아까 숲에서 누구랑 얘기한 거야..."
그 날 밤 잠을 못잤음.
생각해보니 애들 따위는 없는 동네였는데, 애들이 기다리니까 가봐야겠다라며 간 아줌마는 도대체 무슨 애들한테 간다는 소리였을까? 아마도 왕릉의 주인이 우리한테 화를 낸 건 아닐까? 그런데 그 분이 구해 주신게 아닐까?
커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 많은 질문이 쏟아졌음.
동생들은 그걸 기억 못하지만, 사촌남은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함.
[출처] 네이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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